최광모 최광모

콩콩이는 처음부터 믿을 수 없는 존재였다.그는 믿음을 타고난 사람이 아니었다. 누구는 교회에서 신을 만났고, 누구는 절에서 깨달음을 찾았지만, 콩콩이는 항상 조용한 독백 속에서만 자신을 느낄 수 있었다.사람들은 그를 두고 말하곤 했다.“콩콩이는 착해. 하지만 어딘가 멀어.”그 말은 맞았다. 그는 언제나 한 발짝 떨어져 세상을 바라보았다. 거리를 두는 것이 유일한 생존 방식 같았으니까.⸻그는 한때 불교에 빠졌었다.반출생주의와 닮아 있는 초기불교의 고·무·무상·무아에 매혹되었고, 팔정도와 연기를 이해하려 애썼다.“일체는 고통이다.”그 말은 마치 자신을 위해 쓰인 문장 같았다.하지만 어느 날 절의 대웅전에서 목탁 소리를 들으며, 콩콩이는 문득 이런 생각에 사로잡혔다.“왜 이토록 고통을 지우는 데에만 몰두할까...

물리주의를 넘어:의식의 존재론과 인식론에 대한 철학적 고찰― 베르나르도 카스트럽, 루퍼트 스파이라, 비트겐슈타인, 칸트를 중심으로Ⅰ. 서론: 의식은 뇌에서 비롯되는가?오늘날 많은 과학자들과 철학자들은 의식을 뇌의 산물이라 주장한다. 대표적인 예로 포항공대의 강병균 교수는 의식이란 결국 뇌의 신경 작용에서 비롯된 하나의 부산물에 불과하다고 보며, 이를 통해 마음의 문제를 과학적으로 환원하고자 한다. 이른바 물리주의(physicalism) 또는 의식의 뇌 생성설이다.하지만 이와는 전혀 다른 방향에서 철학과 과학을 접목시키고자 하는 두 사상가, 베르나르도 카스트럽과 루퍼트 스파이라는 의식이야말로 우주의 근원이며, 뇌와 세계는 의식 안에서 일어나는 경험적 현상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고전적인 **형이상학적..

인간의 자유를 위한 역사교육: 배민의 자유주의 역사관에 대한 옹호자유주의적 역사관은 단순한 정치적 입장의 선택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신념, 즉 인간은 스스로 판단하고 책임지며, 권위나 집단에 복속되지 않아야 한다는 믿음에 기초한다. 역사교사 배민의 교육 철학은 이러한 신념의 구체적 실천이며, 이는 우파 자유지상주의, 조너선 하이트의 도덕심리학, 매트 리들리의 진화적 낙관주의와 깊은 철학적 공명점을 가진다.1. 하이트와의 접점: 도덕적 직관과 개방성의 미덕조너선 하이트는 『바른 마음(The Righteous Mind)』에서 좌파와 우파의 도덕적 기반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며, 진정한 공존은 도덕적 다원주의를 인정할 때 가능하다고 본다. 배민은 자신의 신념이 ‘선’이 아니라는 겸허한 ..

《밤을 구조하는 자》1장. 탄광의 아이어떤 아이들은 말을 배우기 전에 먼저 음악을 흉내 내고,어떤 아이들은 숫자를 알기도 전에 별자리를 손가락으로 그린다.그러나 정해성은 아무도 말해주지 않은 문장의 숨결을 감지하며 자랐다.그는 갓 세 살이 되던 해, 마당에 쌓여 있는 검댕더미 위에 나뭇가지로 이상한 곡선을 그렸다.어머니는 그 곡선을 보고 이렇게 말했다.“얘가 글씨 흉내를 내네.”그러나 그것은 단지 ‘글씨’가 아니었다.그것은 세상을 가로지르는 어떤 형태의 리듬이었고,나중에 밝혀진 바로는, 그는 당시 읽지도 못한 시집의 한 구절을 기억하고, 그것을 흉내 낸 것이었다.**삼척 탄광촌.1980년대 말, 폐광이 임박한 동네에는 아이들의 목소리보다드릴 소리, 통근버스 소리, 광부의 헛기침이 더 많이 울려 퍼졌다.대..

만약 데이비드 차머스(David Chalmers) — ‘의식의 어려운 문제(the hard problem of consciousness)’로 유명한 철학자가 『괴델, 에셔, 바흐』(GEB) 를 읽고 평을 남긴다면, 다음과 같은 철학적이고 사변적인, 그러나 깊은 통찰이 담긴 감상이 나올 가능성이 큽니다. 아래는 그런 상상 평론의 한 예입니다:“『괴델, 에셔, 바흐』는 기계의 규칙적 계산에서 어떻게 자아와 의미가 발생하는지를 꿈꾸는 책이다. 하지만 나는 묻고 싶다 — 이 아름다운 ‘기묘한 루프(strange loop)’가 정말로 주관적 경험(qualia)을 낳을 수 있을까?”이 책은 형식 체계의 한계를 보여준 괴델의 정리, 시각적 패러독스를 다룬 에셔, 자기복제적 음악 구조를 만든 바흐를 통해, **자기참조..

『괴델, 에셔, 바흐: 영원한 황금 노끈(Gödel, Escher, Bach: an Eternal Golden Braid)』, 즉 GEB를 관통하는 핵심 주제는 다음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자기참조(self-reference)와 형식 체계(formal systems)를 통해 의식(consciousness)과 의미(meaning)는 어떻게 발생하는가?”이 주제는 책 전체를 잇는 황금 노끈처럼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며 전개됩니다. 주요한 축은 다음과 같습니다:1. 자기참조(self-reference)괴델의 불완전성 정리는 수학적 형식 체계 안에서 자기 자신에 대해 언급할 수 있는 문장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 자기언급은 결국 체계 내에서 증명되지도 반박되지도 않는 진리를 가능하게 합니다.바..

Morris Kline의 Mathematics: The Loss of Certainty는 수학의 확실성과 수학적 발견의 역사적 발전에 대해 논의한 책으로, 특히 수학의 진리에 대한 "불확실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의 주장은 수학의 기초가 확실하지 않다는 점에서, 수학이 진리를 제공하는 "완전한 체계"로서의 이상을 깨뜨린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 책에서 Kline은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와 같은 수학적 결과들이 수학자들에게 충격을 주었으며, 특히 19세기 비유클리드 기하학의 발견이나 괴델의 이론이 많은 수학자들을 실망시켰다고 설명합니다.1. 수학의 확실성 상실Kline은 수학이 전통적으로 "완전하고 확실한" 체계로 여겨졌으나, 새로운 발견들이 그 확실성을 흔들었다고 주장합니다. 비유클리드 기하학의 등장과..

비트겐슈타인이 "마지막 철학자"로 불리는 이유는 그의 철학이 기존의 철학적 전통을 완전히 끝내고 새로운 철학적 방향을 제시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철학의 본질과 방법에 대한 깊은 반성을 통해 철학의 역할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습니다.언어와 의미의 본질에 대한 탐구:비트겐슈타인은 철학의 주요 과제가 인간 경험의 의미를 밝히는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그의 초기 작업인 『논리-철학 논고』(1921)에서 그는 언어가 어떻게 세계를 나타내는지를 분석했고, 진술의 의미가 어떻게 언어의 구조와 연결되는지 설명했습니다. 이 작업은 철학의 질문이 언어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는 철학이 더 이상 존재론적 문제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언어의 사용과 의미를 분석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