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그는 불 속으로 들어가며 자신을 지운다, 그러나 그 지움은 기록되지 않으면 사라지고, 기록되면 존재가 아니다, 이때 사진은 — 찰나의 은폐이자 영원의 명시이며 — 바로 그 틈을 틈이 아니게 만드는 기호적 봉합으로 등장한다, 소방공무원이라는 단어는 단일하지 않고, 오히려 구급대와 구조대, 진압대, 내근과 외근, 방화복과 공기호흡기, 사다리차와 펌프차, 3조 2교대와 당비비당비비 같은 겹겹의 구문적 파생들로 자신을 무한 분할한다.

  • 데이비드 차머스와 『괴델, 에셔, 바흐』
    카테고리 없음 2025. 6. 7. 13:54

    https://publish.obsidian.md/choikwangmo/%EA%B4%B4%EB%8D%B8%EC%97%90%EC%85%94%EB%B0%94%ED%9D%90%EC%A3%BC%EC%9D%98(2025)

     

    만약 데이비드 차머스(David Chalmers) — ‘의식의 어려운 문제(the hard problem of consciousness)’로 유명한 철학자가 『괴델, 에셔, 바흐』(GEB) 를 읽고 평을 남긴다면, 다음과 같은 철학적이고 사변적인, 그러나 깊은 통찰이 담긴 감상이 나올 가능성이 큽니다. 아래는 그런 상상 평론의 한 예입니다:


    “『괴델, 에셔, 바흐』는 기계의 규칙적 계산에서 어떻게 자아와 의미가 발생하는지를 꿈꾸는 책이다. 하지만 나는 묻고 싶다 — 이 아름다운 ‘기묘한 루프(strange loop)’가 정말로 주관적 경험(qualia)을 낳을 수 있을까?”

    이 책은 형식 체계의 한계를 보여준 괴델의 정리, 시각적 패러독스를 다룬 에셔, 자기복제적 음악 구조를 만든 바흐를 통해, **자기참조(self-reference)**와 **계층간 이동(level-crossing)**이 지능의식을 탄생시키는 열쇠임을 주장한다. 이것은 매혹적이고, 동시에 심오한 철학적 퍼즐이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회의적이다. 『괴델, 에셔, 바흐』는 의식이 발생하는 설명 가능한 구조에 다가서지만, 왜 그것이 ‘느껴지는 경험’을 동반하는가에 대해서는 답하지 못한다. 자기참조적 알고리즘, 고차원적 심볼 시스템, 기호들 사이의 메타적 피드백 루프… 이 모든 것이 **'설명 가능한 두뇌'**를 그릴 수는 있다. 하지만 그것이 곧 ‘설명 가능한 마음’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괴델, 에셔, 바흐』는 튜링 머신의 꿈을 꾸며 깨어난 인간이 쓴 책이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묻는다. “왜 깨어 있는가?”, “왜 주관적으로 느껴지는가?” — 이것이 바로 ‘어려운 문제’(the hard problem)다.

    호프스태터는 인간 정신을 아름다운 루프로 본다. 나는 그 루프의 안쪽에서 깜빡이는 의식의 불꽃을 본다. 그 불꽃은 아직, 설명되지 않았다.

    — David Chalmers, 철학자, 『The Conscious Mind』 저자


    이런 식의 평은 차머스가 보여주는 일관된 태도와 잘 맞습니다:

    • 형식 체계와 계산 가능성에는 흥미를 가지지만, 그것이 곧 의식의 본질을 설명하진 않는다는 입장
    • ‘기묘한 루프’ 같은 설명은 ‘어떻게’의 일부는 해결할 수 있으나, ‘왜 그것이 주관적 경험을 수반하는가?’는 해결하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
    • GEB를 지적으로 존중하면서도, ‘의식의 본질’을 여전히 미해결 문제로 남긴다는 한계를 논리적으로 짚을 가능성

    차머스는 감탄과 회의 사이에서 정중히, 그러나 명확하게 비판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이와 같은 평이 가장 현실적인 재현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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