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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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지 않음을 말하는 자: 에크하르트 톨레와 현대 영성의 자아극장카테고리 없음 2025. 7. 4. 20:57
에크하르트 톨레의 주장은 철저한 비이원론적 세계관 위에 세워져 있다. 그의 핵심 메시지—“당신은 당신의 생각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이 전부다”, “에고는 허구이며, 고통은 자아와의 동일시에서 비롯된다”—는 언뜻 보기에 철학적으로 반박할 수 없는 심오한 통찰처럼 보인다. 이는 우파니샤드의 아트만-브라흐만 논리, 아드바이타 베단타, 불교의 무아(無我), 스피노자의 일원론, 심지어 하이데거의 ‘현존재’ 개념과도 연결되며, 수천 년간 이어져 온 인간 의식에 대한 형이상학적 사유의 정수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비이원론의 '논리적 반박 불가능성'은,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이 현실을 전혀 개혁하지 못한다는 실존적 무능력을 감추는 장막이 되기도 한다. '모든 것이 이미 완전하다', '지금 이 순간이 전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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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종에 대하여카테고리 없음 2025. 6. 17. 15:37
조동종(曹洞宗)은 중국 선종(禪宗)의 오가칠종(五家七宗) 가운데 하나로, 묵조선(黙照禪)의 전통을 대표하는 종파이다. 이 종파는 당말에서 오대(五代) 시기에 걸쳐 활동한 동산양개(洞山良价)에 의해 창립되었다.조동종의 수행은 간화선을 중심으로 한 임제종과 구별되며, 특히 공안을 들고 깨달음을 촉구하는 자극적 방식보다는, 조용히 앉아 고요히 자기 자신을 관조하는 묵조선을 핵심으로 삼는다. 이 수행은 화두를 놓고 의심하는 ‘화두선’과 달리, 언어와 개념, 의식적 분별을 모두 내려놓고 그저 ‘있는 그대로’를 관하고 머무는 데 중점을 둔다. 이 방식은 수행자에게 어떠한 깨달음의 목표도 설정하지 않으며, 도달해야 할 진리의 경지조차 긍정하지 않는다. 조동종의 수행은 곧 ‘좌선이 불법’이라는 전제 위에 성립하며, 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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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깨어있음”을 부정하는 자가 ‘무애’를 말할 수 있는가? ― 원제 스님의 깨달음 서열화 발언에 대한 비판카테고리 없음 2025. 6. 15. 09:36
“이미 깨어있음”을 부정하는 자가 ‘무애’를 말할 수 있는가?― 원제 스님의 깨달음 서열화 발언에 대한 비판“모든 것은 이미 이루어져 있다.”이 말은 단지 상투적인 위안의 말이 아니다. 그것은 선(禪)의 심장부에서 고동치는 핵심 명제이며, U. G. 크리슈나무르티가 평생에 걸쳐 주장한 ‘되지 않음의 철학’(the impossibility of becoming)의 급진적인 형태이자, 묵조선에서 말하는 절대적 현성공안의 입장과도 깊이 맞닿아 있다. 이 관점에서 보면, 수행이란 무엇인가를 얻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이미 그러한 존재로서의 자신을 확인하고, 그 확인 자체마저 놓아버리는 과정이다. 수행은 깨달음을 위한 전제도, 필요조건도 아니며, 좌선은 단지 앉아있음 그 자체로 ‘이미 그러함’을 반영하는 상징적 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