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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의 어려운 문제 관점에서 마음의 인터넷 개념 비판카테고리 없음 2025. 7. 4. 20:09
미치오 카쿠(Michio Kaku)의 "마음의 인터넷(Mind’s Internet)" 개념은 그의 저서 『마음의 미래(The Future of the Mind)』에서 제시된 이론으로, 인간의 의식을 디지털화하고, 뇌의 상태를 외부 저장장치에 업로드하거나 연결하여 상호 소통하는 미래의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를 예측하는 과학적 비전이다. 그는 뇌의 작동 방식을 '물리적 정보 처리 과정'으로 간주하며, 기술이 발전하면 의식도 디지털적으로 "읽고", "복사하고", "전송"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이러한 입장은 철저히 물리주의적 세계관에 기반하며, 의식을 복잡한 물리적 상호작용의 산물로 환원 가능하다고 전제한다. 하지만 이 전제는 **김재권(Jaegwon Kim)**과 같은 비환원주의적 물리주의자나 이중주의적 인과론자의 관점에서 보면 근본적인 철학적 난점을 내포한다.
1. 김재권의 주요 입장: 인과적 배제와 환원 불가능성
김재권은 철학적 물리주의자이지만, **의식의 질적 성질(qualia)**이나 정신 상태의 자율성을 단순히 물리적 시스템의 결과로 환원하는 데 비판적이다. 그의 핵심 논점은 다음과 같다:
1.1 인과적 배제 논변 (Causal Exclusion Argument)
“만약 물리적 인과가 이미 완전하게 물리적 수준에서 닫혀 있다면, 정신적 인과는 불필요하거나 중복된다.”
즉, 만약 뇌의 모든 활동이 물리적으로 설명 가능하다면, **의식이 어떤 추가적 인과적 역할을 한다고 말하는 것은 과잉 설명(redundant)**이다. 반면, 의식을 인과적으로 유효하게 인정하려면 물리적 인과가 열려 있어야 한다.
이 논변은 다음의 딜레마로 수렴한다:
“의식은 물리적으로 환원 가능하거나, 아니면 물리 세계에 인과적으로 영향을 주지 못하는 비물리적 존재이다.”
이는 의식을 **정보처리적 대상으로 재현할 수 있다는 주장—즉, 마음의 인터넷에서 의식을 ‘업로드’하거나 ‘공유’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에 심각한 제약을 가한다.
2. 미치오 카쿠의 "마음의 인터넷" 개념 비판
2.1 뇌의 정보 ≠ 의식의 본질
카쿠는 뇌 활동의 패턴을 디지털적으로 복제하면 의식도 함께 복제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김재권의 시각에서 이는 **범주적 오류(category mistake)**이다.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다:
- 의식의 본질은 단순한 정보 구조가 아니라 ‘느껴지는 경험’이다.
- 빨간색을 보는 것과 빨간색 정보를 처리하는 것은 다르다.
- 정보의 복제는 지식이나 반응 패턴을 재현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경험의 주관성을 동일하게 생성하지 않는다.
2.2 ‘의식의 동일성 논제’의 철학적 실패
카쿠의 모델은 의식을 뇌의 특정 정보 패턴에 1:1 대응되는 것으로 가정한다. 이는 다음의 형태를 따른다:
"의식 A = 뇌 상태 B"
그러나 김재권은 이를 동일성 이론의 오류로 본다. 동일성 명제는 단지 경험적으로 관찰되는 상관관계에 의존할 뿐, 왜 B가 A인지를 설명하지 못한다.
- 이때 설명 격차(explanatory gap)는 여전히 남아 있다.
- 즉, 뇌가 어떤 패턴을 가질 때마다 왜 어떤 퀄리아가 동반되는지에 대한 형이상학적 설명이 누락되어 있다.
2.3 기술적 진보 ≠ 철학적 해명
물론, 뇌-컴퓨터 인터페이스가 발전함에 따라 인간의 사고, 기억, 감정 반응을 외부 장치에 연결하거나 심지어 공유하는 기술은 점차 구현되고 있다. 하지만 김재권의 관점에서 이는 기술적 시뮬레이션에 불과하다:
“기계가 특정한 자극에 반응하도록 설계되어 있다고 해서, 그것이 ‘느끼는 것’을 보장하지 않는다.”
즉, ‘의식을 구현한 것처럼 보이는 시스템’은 의식의 외양을 흉내 낼 수 있을 뿐, 그 내면의 주관성을 보장하지 않는다. 이는 [[존 설(Searle)]]의 중국어 방 논변과 유사한 문제를 낳는다.
3. 마음의 인터넷과 인과적 실체성
김재권은 모든 인과적 설명이 물리적 실체에 의존한다고 보았으며, 만약 정신 상태가 인과적으로 실효성을 가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존재론적으로 무의미하다고 본다. 이를 카쿠의 개념에 적용하면 다음과 같은 반론이 가능하다:
- 마음의 인터넷은 의식을 외부 네트워크로 확장할 수 있다고 보지만,
- 그 연결된 시스템이 인과적 실체성(causal efficacy)을 가지려면, 거기서 발생한 ‘의식’이 실제로 신체적 반응이나 결정에 영향을 줘야 한다.
- 그러나 디지털 환경은 철저히 물리적 법칙의 인과 사슬로 이루어져 있고, '의식'이 개입될 여지를 주지 않음으로써,
- 그 시스템 내에서의 '의식'은 **환상적 개념 또는 비효과적 부수현상(epiphenomenon)**으로 전락하게 된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마음의 인터넷은 결국 ‘의식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의식은 없는’ 철학적 좀비 시스템일 수 있다.
4. 요약 및 철학적 귀결
미치오 카쿠의 입장 김재권의 반박
의식은 뇌의 정보 패턴에 환원 가능하다 정보 패턴은 경험적 상관일 뿐, 동일성이나 인과성을 보장하지 않는다 의식을 디지털화하면 전송·공유 가능하다 전송된 것은 데이터이지 주관적 경험(qualia)이 아니다 의식도 점차 기술로 설명될 것이다 설명 격차는 기술로 좁혀지지 않으며, 철학적 설명이 필수적이다 뇌-기계 연결은 의식 공유의 미래다 행동 모방은 가능하나, 그것이 진짜 ‘느끼는 것’을 보장하지 않는다 결국 김재권의 입장에서 보자면, 미치오 카쿠의 ‘마음의 인터넷’ 개념은 의식의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그 문제 자체를 오해하고 있다. 카쿠는 의식을 기능적·정보적 대상으로 환원하려 하지만, 김재권은 의식이 물리주의의 범주로 완전히 환원되지 않으며, 설명의 차원이 다르다는 점을 철저히 강조한다.
필요하다면 이 논쟁을 다중실현 논변, 부수현상론(epiphenomenalism), 또는 데이비드 차머스의 비환원적 이론과 연계하여 확장해 드릴 수 있습니다.
- 의식의 본질은 단순한 정보 구조가 아니라 ‘느껴지는 경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