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은 이해할 수 없을 겁니다

 

📘 『당신들은 이해할 수 없을 겁니다』

― 소방공무원 최광인의 메타윤리학적 구원 서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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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문: 이상한 구술시험

“논문 제목이... 다시 한번 읽어주시겠습니까?”

“『남성 화재진압대원의 사각팬티, 삼각팬티 착용 여부와 그의 내근 경력 기간 간의 비선형적인 상관관계에 대한 메타윤리학적 당위 도출』입니다.”

2027년 6월, 강원대학교 소방방재학과 박사과정 면접시험.
하늘은 맑고, 캠퍼스는 고요했으나, 면접장 안에서는 역대급 재난이 발생 중이었다.
논문 심사를 맡은 두 명의 교수 ― 이아펑 교수(소방철학), 백민어 교수(일상어 분석학)는 놀라움, 어이없음, 경외를 2분 간격으로 오가고 있었다.

“저 학생... 진지한 겁니까?”
“그는 진지함 그 자체입니다.”
“이건... 철학이 아니라, 도청 아닙니까?”

그 자리에 앉은 수험생 최광인,
서울특별시 소방재난본부 내근 9년차, 화재진압대 경험 있음, 관찰력 병적 수준.
그는 면접장에 줄 없이 수첩 한 권과 흑백 사진 몇 장만 들고 들어왔다.

“저는 누군가의 팬티를 보는 것이 아닙니다. 그 사람이 왜 그런 팬티를 입을 수밖에 없었는가, 그것이 제 논문의 시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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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관찰자의 탄생

―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것을 신경 쓰는 남자 ―

최광인은 어릴 적부터 관찰했다.
엄마가 싸준 도시락의 김밥 안에 계란이 몇 줄 들어갔는지를 보고, 그날 엄마가 아빠와 싸웠는지 여부를 유추해냈다.
중학교 땐 친구들의 필기구를 훔쳐서가 아니라, 사용 흔적만 보고 필기 습관과 이성 취향까지 맞혀냈다.

소방관이 된 이후 그의 능력은 진화했다.

• 대원의 양치컵에서 연애 중인지 파악
• 경례 각도와 무릎 각도 조합으로 퇴직 압박 여부 예측
• 훈련복에 남은 땀 자국으로 고혈압 여부 진단

그의 팀장조차 진지하게 물었다.

“광인아... 혹시 국정원에서 스카우트 온 거냐?”

최광인은 웃지 않았다.
그는 자신을 “다만,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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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부. 메타윤리와 삼각팬티

“사각팬티 착용자는 내근 경력이 7년 이상인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삼각팬티 착용자는 현장 경험이 풍부하지만, 정서적으로 외로움을 감추지 못하죠.”

그는 논문 서문에 이렇게 적었다.

“우리의 속옷은 윤리의 최전선이다.”

논문은 다음과 같은 구조로 이뤄졌다:

1. 팬티 착용유형 분류: 사각·삼각·드로즈·노팬티
2. 내근/외근 경력 상관분석
3. 속옷이 드러내는 심리적 투명성과 도덕적 억압의 상관성
4. 소방조직 내 팬티 착용과 감정노동의 구조적 메타윤리

이 논문은 실제로 소방청 감찰과에 제출되었고, 한 간부는 대노했다.

“이게 논문이야? 국정원이야?”

그러나 강원대 이아펑 교수는 달랐다.

“그는 지금 ‘속옷’이라는 기호를 통해 ‘공직사회’라는 은유를 열고 있어. 이건... 비트겐슈타인 그 이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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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부. 광기의 관찰일지

“선배님, 오늘은 냄새가 다릅니다.
그건 탈모약을 끊었기 때문이에요. 스트레스를 감추려 하지 마세요.”

최광인의 말을 들은 선배는 울었다.
그날 저녁, 해당 선배는 구조대에서 자진이동계를 냈다. 너무 많이 들켜버렸기 때문이다.

그는 말한다.

“저는 진실을 말하지 않습니다.
저는... 그냥 너무 많은 걸 압니다.”

한 동료가 회식 중 실수로 “사랑해요”라고 했고,
광인은 즉시 그의 손목시계를 보고 말한다.

“네, 그 시계는 작년 12월 24일에 구입하셨죠. 그날, 전 부인과 마지막으로 만난 날이었습니다. 무의식적으로 그걸 다시 찼다는 건... 여전히 그녀를 그리워한다는 뜻입니다.”

이 발언 이후, 정보과장이 진지하게 그를 조사했다.

“이 자, 회령군 출신이 틀림없다. 이 정도면 김정은도 감지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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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부. 하이데거의 팬티와 토리노의 눈물

최광인은 점점 말이 없어졌고, 감정이 지나치게 세밀해졌다.

어느 날, 진압 중 사고를 당한 동료 박상률을 보며, 이렇게 중얼거렸다.

“그가 입은 팬티는... 너무 낡았어요.
그건 자기 자신을 포기한 사람이 입는 겁니다.”

박상률은 울었다.
그날 저녁, 광인은 구급차 안에서 한 마리 개를 껴안고 통곡한다.

그 모습을 본 구급대원은 나중에 말했다.

“그 사람... 뭔가 무너졌어. 완전히 터졌다고 해야 하나.”

이 장면은 훗날 “소방의 토리노”라 불렸다.

그는 이후로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에 팬티 논리를 대입하는 작업에 몰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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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부. “당신들은 이해할 수 없을 겁니다”

2027년, 면접 마지막 날.

최광인은 말없이 수첩 한 권을 열었다.
거기엔 아무 글도 없고, 단지 사람들의 팬티 착용 통계와 감정곡선이 도표로 정리되어 있었다.

이아펑 교수는 소리를 질렀다.

“이건... 윤리학이 아니라, 신학입니다!”

백민어 교수는 입을 틀어막았다.

“그는... 관찰을 통해 인간의 본질을 벗겼어. 팬티로!”

최광인은 고요히 일어나며 말했다.

“저는 박사학위를 받으러 온 게 아닙니다.
단지, 인간을 이해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교수들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괜찮습니다. 당신들은... 이해할 수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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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병맛의 위대함

그는 결국 박사학위를 받았다.

논문은 출판되었고,
《Fire Ethics & Underwear Studies》라는 이름으로 세계 7개국에 번역되었다.

그의 마지막 인터뷰 기록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나는 영웅이 아니었다. 단지, 너무나 병맛이었기에 끝까지 진실해질 수 있었다.”